[논평]경기민예총 경기도의 ‘재정 비상’, 그 부담을 왜 문화예술에 지우는가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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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
- 경기도의 ‘재정 비상’, 그 부담을 왜 문화예술에 지우는가

 

재정여건 악화와 ‘재정위기’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경기도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 위축 등에 따른 지방세 3,000억 원의 세수 결손과 채무 부담, 가용재원 감소 등을 이유로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출 구조를 점검하고 재정운용을 재조정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재정여건이 어려워졌다는 것과 경기도가 객관적으로 ‘재정위기’ 상태라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경기도의 2026년 재정자립도는 44.4%로 2022년 55.7%보다 크게 하락했지만 같은 유형 지방자치단체 평균 32.3%보다 여전히 높고, 재정자주도 역시 44.4%로 유형평균 42.0%를 웃돈다. 경기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2025년 예산 대비 채무비율도 12.86%로 전국 시·도 평균 15.52%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예산 대비 채무비율만 놓고 보면 25% 초과부터 재정주의 기준에 해당하고 40%를 초과하면 재정위기 기준에 해당한다. 물론 채무비율 하나만으로 재정상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세입 감소와 기금 활용 확대, 향후 상환부담 역시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경기도가 사용하는 ‘재정 비상’이라는 표현과 법적·객관적 의미의 ‘재정위기’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재정문제를 부정하는 것도, 위기감을 앞세우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기도의 재정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재정조정이 필요하다면 그 부담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무엇을 필수적인 공공정책으로 지킬 것인지 원칙을 제시하는 일이다.

 

 

문화·체육·관광 분야 8.8% 감액, 그 기준과 형평성을 밝혀라

 

2026년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 총 42조2,420억 원으로 편성됐으며 기정액보다 5,621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 증가액을 경기도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정여력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지방세 감소와 국고보조금 증가,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예수금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세입 변동이 함께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국 소관 세출예산은 기정액보다 536억1,851만 원, 8.8% 감액된 5,548억7,157만 원으로 제출됐다. 이는 문화예술만의 감액 규모가 아니라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를 포괄한 문화체육관광국 전체의 감액 규모다.

그렇다고 이 감액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8.8%라는 큰 폭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만큼 그 규모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됐으며, 다른 분야와 비교해 그 부담이 적절하고 형평성 있게 배분됐는지를 경기도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예술인·체육인 기회소득 등 지원사업, 장애인 생활체육, 경기컬처패스, 공공기관 출연금, 국제문화행사 등이 실제 감액 심사의 주요 대상이 됐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중도에 축소하는 것은 단순한 예산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계획을 믿고 창작과 사업을 준비한 예술인과 문화기관, 정책에 참여한 도민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양적 성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번 예산조정은 문화예술정책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각 사업의 감액 과정에서 문화적·사회적 가치와 장기적인 정책효과가 어떤 기준으로 고려됐는지도 충분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은 집행률, 참여자 수, 관람객 수, 쿠폰 사용량처럼 측정하기 쉬운 양적 지표만으로 그 성과를 판단할 수 없다.

한 명의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 것, 지역의 문화적 관계망이 유지되는 것, 시민의 표현과 참여 기회가 넓어지는 것, 지역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 역시 중요한 정책 성과다.

문화예술정책을 단기적 수치와 경제적 효과 중심으로만 평가한다면 재정여건이 어려워질 때마다 우선적인 삭감 대상으로 밀려날 위험이 크다.

경기도는 문화권의 확대, 문화적 다양성, 지역문화의 축적,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예술인의 창작 지속 가능성 등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재정 비상’이라면 더욱 정확한 정보로 설명하고 감액의 근거를 밝혀라

 

경기도가 재정 상황을 도민에게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재정을 가정 살림에 단순하게 비유하면 지방채, 기금 내부거래, 장래 상환부담, 세입 감소와 가용재원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요소가 모두 하나의 ‘빚’으로 이해될 위험이 있다.

특히 객관적인 재정지표에서는 경기도가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표도 함께 나타나는 만큼, ‘재정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그 위기의 수준과 근거부터 더욱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여전히 유형평균보다 높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한다.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전국 시·도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도 함께 보아야 한다.

경기도는 현재의 채무와 기금 상황, 향후 세입 전망과 상환부담, 가용재원의 규모를 구분해 공개하고, 문화체육관광국 소관 예산 536억여 원의 대규모 감액과 그 가운데 문화예술 관련 주요 사업의 감액이 어떤 기준과 판단을 통해 결정됐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재정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가계 살림에 빗댄 과도한 단순화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일관된 설명, 정책적 신뢰에서 만들어진다.

 


도의회는 단순한 증액·감액을 넘어 정책의 우선순위를 심사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책임은 경기도의회에도 있다. 도의회는 이번 추경을 단순히 얼마를 삭감하고 얼마를 복원할 것인가의 숫자 협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미 집행 중이거나 도민과 예술인에게 약속된 사업인지, 사업 중단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지, 감액을 결정할 만한 객관적인 정책평가가 있었는지, 사업의 문화적·사회적 공공성이 충분히 고려됐는지를 사업별로 다시 따져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 역시 일괄 복원이나 일괄 삭감이 아니라 정책의 효과, 행정의 약속, 현장의 피해와 문화적 공공성을 함께 고려한 심사가 필요하다.

동시에 예산을 복원할 경우 그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기금 사용이나 다른 사업의 조정이 향후 재정에 어떤 부담을 가져오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경기도의 재정상황을 냉정하게 살피면서도 그 부담을 문화예술 현장에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않는 균형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

 


제도에만 있는 거버넌스를 현실에서 작동시켜라 ― 2027년 예산편성이 첫 시험대다

 

이번 추경 과정에서 특히 아쉬운 것은 재정상황과 예산조정에 대해 문화예술 현장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는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에는 이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이미 있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는 문화정책에 다양한 문화주체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14조는 ‘경기도 문화자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제22조에 따른 ‘경기도 문화정책협의체’의 정책제안을 이 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문화정책 결정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조례에 마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조례에 규정된 제도를 실제 정책과 예산 결정 과정에서 작동시키는 일이다.

 

 

특히 2027년 본예산 편성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예산안이 사실상 확정된 뒤 현장에 통보하는 방식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예산편성 초기부터 경기도 집행부와 도의회, 예술인과 문화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문화주체가 재정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의 우선순위와 조정 원칙을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가 규정한 문화정책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구성·가동하고, 문화자치위원회와 연계해 주요 문화정책과 예산, 중장기 정책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거버넌스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의견을 한 번 듣는 절차가 아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을 함께 설계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조정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책임지는 구조여야 한다.

 

 

2027년 예산편성은 그 변화를 시작하는 첫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재정여건이 어려워질수록 무엇을 지킬 것인가는 더욱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 된다. 문화예술을 먼저 줄이는 것이 당연한 답일 수는 없다. 현재의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함께 결정하며, 그 부담을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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