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주간논평] 예술교육 예산은 지역 예술생태계의 생존 예산이다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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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 예산은
지역 예술생태계의 생존 예산이다




예술인은 작품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창작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학교로 향하고,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복지관과 문화센터에서 시민을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교육으로 얻는 소득은 창작활동 소득과 비슷한 수준이며, 음악과 국악, 무용, 미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술교육은 예술인이 잠시 거쳐가는 부업이 아니다. 창작을 포기하지 않게 붙들어주는 생계의 기반이며,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해 지역 예술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토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토대를 떠받치는 예술강사의 노동은 너무나 불안정한 환경에 처해있다.


현재의 예술강사료는 사업과 기관에 따라 시수당 3만 원, 4만 3천 원, 5만 원 등으로 제각각이다. 같은 예술교육을 하더라도 국가 지원사업인지, 지자체나 문화기관의 자체 사업인지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다르게 책정된다. 특히 국가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강사료는 2017년 시수당 4만 원에서 4만 3천 원으로 인상된 이후 2026년까지 10년째 동결되어 있다. 인상 이전의 4만 원 역시 오랜 기간 동결돼 있었으니, 물가와 교통비, 재료비가 오르는 동안 예술강사의 노동가치는 지난 20여 년간 사실상 제자리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표시된 단가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예술강사는 한 번의 수업을 위해 수업안을 만들고 교재와 악기, 재료를 준비하며, 여러 학교와 기관을 오가고, 수업 뒤에는 기록과 평가, 협의를 이어간다. 그러나 임금은 교실 안의 40분, 50분에 대해서만 지급되고, 교통비와 재료비마저 강사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준비와 이동, 행정에 들어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실제 시간당 임금은 크게 낮아진다. 예술교육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감당해야하는 예술가 개인의 희생 위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업 자체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국고 예산은 2023년 574억 원에서 2024년 287억 원, 2025년 80억 원으로 2년 만에 86% 삭감되었고, 수업시수와 강사의 소득도 함께 무너졌다. 단가가 얼마든 배정받는 수업이 없다면 소득도 없다. 예술강사는 다음 학기에 같은 학교에서 일할 수 있을지, 내년에도 예술교육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예술강사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단가로 계산된 몇 번의 수업이 아니라, 생활과 창작을 계획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은 여전히 해마다 예산과 공모 결과에 존폐가 흔들리는 단년도 사업으로 취급된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삭감하고 책임을 지방으로 넘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강사와 학생, 시민에게 돌아간다. 추경과 특별예산은 당장의 붕괴를 막는 응급조치일 뿐, 이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정부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거나 국가 예산이 줄었다는 이유로 수업 축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수업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음악과 미술, 연극과 무용, 국악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잃고, 숙련된 강사가 현장을 떠나면 축적된 교육 경험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함께 사라지며, 예술인이 생계를 위해 지역을 떠나면 지역의 공연과 전시, 축제도 약해진다. 예술교육 예산의 삭감은 하나의 교육사업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지역 예술생태계를 약화시키는 일이며, 예술강사의 처우 개선은 특정 직업군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도민의 문화권과 직결된 공공의 과제다.

 

이에 경기민예총은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경기도 내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 적용할 예술강사료 표준임금 기준을 마련하라.

도내 예술교육 사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강사료 최저 기준을 만들고, 물가와 최저임금의 변화를 반영해 매년 조정해야 한다. 이 기준은 가장 낮은 단가의 표준화가 아니라 예술가의 전문성과 노동을 인정하는 하한선이어야 한다.

 

둘째, 10년째 동결된 학교예술강사 강사료를 현실화하라.

정부가 이 사업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려는 지금, 강사료 수준을 결정할 책임 또한 교육청으로 옮겨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관을 예산 축소의 명분이 아니라 강사료를 현실화할 권한과 책임의 이양으로 받아들이고,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을 반영해 강사료가 정기적으로 조정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수업시간뿐 아니라 준비와 연구, 이동과 행정도 노동으로 인정하라.

준비수당과 이동수당의 지급을 제도화하고, 교통비와 재료비 등 현실적인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예술강사의 최소 활동량과 고용의 연속성을 보장하라.

일정한 경력과 활동을 가진 예술강사에게 최소한의 연간 수업시수를 보장하고, 매년 반복되는 단기계약과 재선발 구조를 다년간 사업과 연속적인 고용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예술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라.

중앙정부의 예산 감소를 이유로 지역 예술교육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도내에 필요한 예술교육의 규모를 직접 조사해 책임 있게 예산을 편성하고, 단년도 공모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기 공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섯째, 예술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 예술인과 예술강사의 참여를 보장하라.

예술강사, 예술인단체, 학교와 지역 문화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협의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책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술교육은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복지사업이 아니라, 학생과 시민이 자신의 삶에서 예술을 만나도록 보장하는 공공교육이자, 예술가가 자신의 지역에서 창작을 지속하게 하는 예술생태계의 기반이다.

 

예술교육이 무너지면 예술인의 삶이 무너진다.

예술인의 삶이 무너지면 지역의 예술생태계도 사라진다.

예술생태계가 사라진 지역에서 시민이 누릴 예술의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더 이상 예술강사의 희생에 기대어 예술교육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동결된 강사료를 현실화하고, 예술강사의 노동을 온전히 인정하며, 안정적인 예산과 지속 가능한 고용구조를 마련하라. 예술교육을 경기지역 예술생태계의 생존 기반이자 도민의 기본적인 문화권으로 선언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2026.07.20.
사단법인 경기민예총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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